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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자리·병원 없고 빈집·폐축사…노년층도 절반 이상 “귀농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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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20회 작성일 21-08-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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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95452.html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위’ 발족, 주거플랫폼 확대 발등의 불 

“집·일자리 확보 안 되면 지방대·농촌소멸 확산 불보듯…” 

  

고령화·지방소멸,‘인구 데드크로스’ 

학령인구 줄어 지방대 90% 정원 미달 

  

30년 넘은 가옥과 방치된 빈집·축사 

열악한 생활인프라 등 개선과제 산적 

  

수도권 국토는 11.8%, 인구는 50.28% 

극점사회가 ‘인구 블랙홀 현상’불러 

  

일본 마스다보고서 ‘열도소멸’ 경고 

한국 지자체 46% 인구소멸 위험 경보 



“지방대 벚꽃 엔딩은 지방소멸 전주곡인가…” 


올 들어 인구절벽이나 지방소멸, 벚꽃 엔딩(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가 사라진다는 의미의 신조어) 등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을 우려하는 용어들이 인터넷 검색 순위 상위에서 자주 발견된다. 지난 1월 초 행정안전부에서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발표한 뒤 검색 횟수가 부쩍 늘었다.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웃도는 ‘인구 데드크로스’로 본격 전환했다는 내용이 뼈대다. 여기에다 올해 전국 지방대 90%가량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인구절벽에 대한 위기감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한 탓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1세대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와 젊은 도시민의 농산어촌 이주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진단이다. 하지만 정작 농산어촌을 위한 복지혜택이나 생활인프라 확충은 큰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낡은 농가나 늘어난 빈집, 폐축사 등은 귀농귀촌을 염두에 뒀던 상당수 도시민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지방소멸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김사열)는 지난 4월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특위 1차 회의를 열고 ‘주거플랫폼 조성사업’을 올해 핵심 안건으로 채택했다. 

  

임대주택과 복지·일자리 정책 등이 연결되는 귀농귀촌 플랜을 정부 차원에서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농업 목적 외에 공동체와 생태가치 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반영되면서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해마다 40만명 이상 늘고 있지만, 1세대 베이비부머를 포함해 젊은 도시민들의 귀촌 행렬이 기대보다 더딘 데 따른 조처다. 값싸고 괘적한 임대주택 확보가 지지부진한데다 교육·의료·문화 쪽 서비스가 여전히 열악하다는 각계 진단도 잇따랐다. 



“도시민 절반 이상 귀농 원하지 않아…” 


  


특히 농촌의 낡은 주택과 방치된 빈집 등 이른바 ‘낙후된 정주여건’이 젊은층의 귀농귀촌 의욕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지적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9년 8월 전국 도시민 22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국민 삶의 만족·바램(버킷리스트) 및 농촌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요즘 젊은 도시민들이 농산어촌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한눈에 짐작하게 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설문 대상자의 54.1%에 이르는 1222명이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71.3%)와 30대(61.4%)의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60대 연령층에서도 절반 이상(50.7%)이, 40~50대에서는 45~48.8%가량이 귀농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귀농귀촌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해서는, 농촌 현지의 ‘열악한 생활환경’(29.5%)을 첫째로 꼽았고, 다음으로 ‘부실한 문화여건’(17.9%)과 ‘의료환경 부재’(14.2%) 등을 들었다. 

반면, ‘5년 이내에 농촌에서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고 싶다’고 답한 도시민은 전체 대상자의 37%에 불과한 850명에 머물렀다. 

이들도 농촌 이주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는 ‘쾌적하고 편리한 주거 및 생활 환경’(51%)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일자리 창출’(47%)과 ‘의료 및 교육의 질 향상’(32.9%) 등이 다음을 차지했다. 


특위가 이날 ‘농산어촌 주거 플랫폼 추진 방안’을 핵심 의제로 채택한 이유를 살펴봤다. 

우선,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50.1%를 기록한 데 이어, 2021년 3월에는 50.28%로 더 늘어났다. 이른바 한 지역에만 모든 부문이 쏠리는 ‘극점사회’의 폐해와 ‘지방소멸’의 부작용이 동시에 빚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수도권이 온 나라 인구를 빨아들이면서 결국에는 재생산 기능까지 마비시키는 ‘인구의 블랙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기 포천시 가산면의 한 농가와 움막. 집주인 부부는 20여년 동안 단열과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포천/김명진 기자 



“이대로 가면 일본처럼 지방소멸 도미노 우려돼…” 


  


한국보다 일찍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는 2014년 8월, 당시 인구감소 추세로 볼 때 2040년에 이르면 전국 1727개 지자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96개가 소멸한다는 <마스다 보고서>가 발간돼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일본 정부는 인구절벽 가속화에 따른 ‘열도 소멸’의 공포를 공론화로 정면 돌파했다. 당시 아베 내각은 이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지방소멸과 수도권 등 대도시 비대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지방창생전략’을 국민들에게 내놨다. 총리 직속으로 지방창생본부를 만들고, ‘마을, 사람, 일자리의 창생과 선순환’을 모토로 하는 농촌재생 사업에 지금까지 범정부적으로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일자리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사람이 다시 일자리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농촌재생 사업이 기본 틀이다. 


<마스다 보고서>의 한국판 버전이라 할 수 있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지수’ 현황을 보면, 2020년 5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46%가 넘는 105곳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92%에 이르는 97곳이 비수도권이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란, 65살 이상 인구가 20~39살 여성의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지역을 말한다. 가임 여성 인구가 고령자의 절반이 안 돼,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향후 인구감소로 해당 지자체가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해당 지역의 ‘정주여건’을 들춰보면 양상은 더욱 비참하다. 2019년 기준 주택의 경우 읍·면 지역의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 비율은 27%로, 동 지역(11%)에 비해 갑절 이상 높다. 군 지역의 인구 대비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시 지역(2.97%)의 절반가량인 1.76%에 불과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15일 발간한 정책집 ‘농촌 빈집 실태와 정책과제’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전국 농촌 빈집은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약 26만가구가 증가했다. 전국 빈집의 39.9%는 농촌에 있으며, 빈집 비율은 도시보다 약 1.9배 높았다. 


특위는 정부의 농촌 정책이 지금까지 주택과 복지, 일자리 정책 등이 서로 연계되지 않아 실효를 거두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농촌지역을 지역재생을 위한 거점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주택 플랫폼’ 정책을 핵심 안건으로 채택한 것도 바로 이런 고민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주택 플랫폼 롤모델 가운데는 영국의 보호주택(Sheltered Housing), 스웨덴의 서비스하우스(Service House) 등을 비롯해 노인·장애인 등 주거취약 계층의 개호서비스를 강화하는 일본 사례 등도 포함됐다. 



농산어촌 유토피아 특별위원회가 뒤늦게나마 정부 기구로 출범한 데는 ‘서하 아이토피아(아이+유토피아)’ 사업으로 평가받는 경남 함양군의 지역회생 성공 사례가 큰 자극제가 됐다.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이 전국적 호응을 얻으면서 폐교가 임박한 농촌으로 도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서하초교로 전입을 희망하는 문의가 전국에서 쇄도했지만, 심사 끝에 우선 선발된 17명의 전학생과 가족들이 거주할 12채의 임대주택 단지가 조성됐다. 


성경륭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60년대부터 추진된 집중성장 정책 결과 수도권은 극점사회로 치닫고, 농산어촌은 수십년째 복지 사각지대로 방치됐다”며 “주택과 일자리 마련을 통해 농촌재생 사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지방대와 농촌 소멸은 도미노처럼 확산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최익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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