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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균형발전] ② 농촌에서 사라지는 아이들…초등학교 있던 곳엔 노인복지관

송고시간2022-03-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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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전북 임실군 신덕면에서 만난 신기섭(65)씨가 굳게 닫힌 신덕초등학교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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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전북에서만 75곳 폐교…텅 빈 운동장만 덩그러니

"학교는 농촌의 구심점…교육청과 지자체 등 함께 나서 살려야"

재학생이 없어 휴교한 임실 신덕초등학교
재학생이 없어 휴교한 임실 신덕초등학교

[촬영 나보배]

(임실·정읍=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내년에 학교 문을 열 수 있을까요? 젊은 사람들이 없는데……"

전북 임실군 신덕면에서 만난 신기섭(65)씨가 굳게 닫힌 신덕초등학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공공일자리 일환으로 면사무소에서 분리수거를 하던 중이었다.

신 씨는 신덕초 38회 졸업생이라고 했다. 7남매 중 4명이 이 학교에 다녔고 그의 아버지는 그보다 30년 전 이 학교를 졸업했다.

그때만 해도 한 교실에 60명이 넘는 학생들로 빽빽했던 학교는 올해부터 휴교 상태다. 지난해 전교생 6명 중 3명이 졸업했고, 3명은 인근 초등학교로 전학 가면서 재학생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텅 빈 운동장은 고요했다. 그네가 바람에 살랑이며 학생들을 기다릴 뿐이었다. 병설유치원도 원생이 없어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신 씨는 "학교 주변이 전부 뽕나무밭인데, 옛날에는 학교 끝나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뽕을 따 그걸 팔기도 했다"며 "모교가 사라진다고 하니 마음이 더 적적해진다"고 말했다.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선 노인복지관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선 노인복지관

[촬영 나보배]

◇ 문 닫는 학교들…39년간 3천855곳 폐교

인근 정읍시의 모습도 임실군과 비슷했다. 부안과 김제 등 주변 지역과 교차점에 위치한 정읍은 기름진 호남평야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였다.

물자와 사람이 모여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27만 명에 달했지만 2022년에는 5분의 2 수준인 10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이 중 20세 미만 아동·청소년 인구는 전체의 14.8%에 불과하다.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정읍 역시 학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2000년 폐교된 서지말초등학교 부지에는 정읍시북부노인복지관이 들어서 있었다.

북부노인복지관에서 만난 배영기(80)씨는 "복지관 앞에 있던 종합병원이 공사 중인데, 요양병원이 들어선다는 말도 들린다"며 "젊은 사람들 자리에 노인을 위한 시설이 들어오는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폐교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종로학원이 공개한 폐교 초·중·고 현황에 따르면 198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전국에서 3천855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전북에서만 320곳이 넘고, 이 중 2000년 이후 폐교한 학교가 75곳이나 된다.

입간판만 남은 정읍 감곡역
입간판만 남은 정읍 감곡역

[촬영 나보배]

◇ 학령인구 감소, 지방 위기로 이어져

학령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농촌 도시들은 활력을 잃고 있다. 정읍시에는 한때 최대 6개의 역이 개통됐지만 현재는 정읍역과 신태인역 두 곳만 운영 중이다.

폐역이 된 감곡역은 역사가 사라지고 입간판만 외로이 서 있다. 감곡역 인근에 있는 감곡면 학일마을 주민들은 이제 하루에 6번만 오가는 버스를 타야 시내로 나갈 수 있다.

마을 곳곳에는 빈 건물들이 방치돼 있다. 감곡역에서 1㎞ 떨어진 용곽초등학교 운동장엔 풀만 무성하고, 마을 중심에 있던 우체국은 빨간색 벽돌 2층 건물만 남아 있다.

창문이 뚫린 빈집에는 다 쓴 비료 포대만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학일마을에서 나고 자랐다는 김춘식(75)씨는 "김제로, 전주로, 익산으로 통학하던 사람들이 사라져 기차가 서질 않는다. 편지가 올 리 없어 우체국도 건물만 남았다"며 "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면서 마을에 농사지을 사람도 없다"고 걱정했다.

교문 닫힌 학교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
교문 닫힌 학교 운동장엔 잡초만 무성

[촬영 나보배]

◇ "폐교 위기 학교 살려 농촌에 활기를"

농촌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 폐교 위기 학교들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라는 구심점이 있어야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오고 농촌 소멸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경남 함양군 서하초등학교가 대표적이다. 서하초는 전교생 해외연수, 영어 특성화 교육 등을 내세워 전국구 학생 모집에 나섰다.

그 결과 2019년 14명이던 전교생은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함양군은 학생과 함께 학부모도 이사하면서 최소 54명이 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원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은 "귀농 정책을 펼쳐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초등학교가 없다면 다시 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다"며 "학부모에게 빈집과 일자리까지 제공하면서 서하초가 인구 증가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조건이 마련되면 농촌으로 전입하려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작은 학교가 살아야 농촌이 살고, 국토 균형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실교육지원청 관계자도 "학교라는 구심점이 형성돼야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여들 수 있기 때문에 전교생이 단 1명일지라도 학교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학생이 전무한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으니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 작은 학교를 살릴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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